-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 김법혜 스님 |
지난해 3월에 있었던 일이다. 터키항공 대표가 일생에 단 한 번 타기도 어려운 일등석에 개를 태웠다. 일등석의 경우 좌석 수가 겨우 10석 안팎이다. 일등석 장거리 노선의 경우 표 값만 무려 1000만 원에 달한다.
터키항공 대표가 사람도 타 보기 힘든 일등석에 개를 태운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터키항공 대표가 일등석에 개를 태워 극진히 모신 사연’에 대해 보도했었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은 비행기 화물칸에서 이동용 가방에 들어간 채 비행하는 게 상례다.
그런데 터키항공 대표가 일등석에 태운 개들은 튀르키예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돕기 위해 파견됐던 ‘구조견’들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구조견들의 일등석 좌석은 감사의 의미로 비즈니스 좌석이나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를 해 준 것이다.
튀르키예 지진을 돕기 위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크로아티아 체코 독일 그리스 리비아 폴란드 스위스 등 여러 국가에서 구조견을 파견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백이와 티나 토리 해태 등 구조견 4마리가 파견됐다
특히 6살 토백이가 오른쪽 앞발에 붕대를 감은 채 씩씩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붕대 투혼’이 전해지면서 많은 누리꾼의 걱정을 자아냈다. 현재는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국내에 복귀했다. 터키 항공사 측은 구조견의 좌석 업그레이드에 대해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전국이 영향을 받은 대지진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 구조견들의 투혼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앞으로도 튀르키예 지진 구조견들을 최대한 객실에 탑승시키고 좌석을 업그레이드해 줄 계획이라고 했다. 터키항공은 지진 이후 피난민들에게 무료 항공편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피를 도왔다. 터키항공은 1646편의 항공편으로 약 29만6000명의 시민을 대피시킨 바 있다.
이 같은 훈련견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애견 1천만 시대를 맞아 애견 모시기 전쟁을 이곳저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20%)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은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하는 짝이나 가족 같은 동물을 말한다. 과거에는 ‘애완’이라고 불렸다. 지금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반려’라고 부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동물이 가족의 일원이 됨으로써 얻는 긍정적인 효과 때문이다.
이제 주변에는 반려견 놀이터, 반려견 카페 등 반려견을 위한 각종 시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뛰는 이색 달리기 대회도 열리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반려견과 함께 직장에 출근하는 날’도 생겼다.
이처럼 반려동물 수가 늘어나면서 문제점도 많다. 수시로 짖어대 이웃 간에 감정싸움이 있는가 하면, 배변을 치우지 않고 가버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느슨하게 해 인명을 살상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잇따른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반려견 주인들의 각성도 촉구된다. 거리에는 귀여운 인형과 선풍기까지 달린 고급 유모차가 등장하기도 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유모차의 주인은 아기가 아닌 반려견이 타고 있는 ‘개모차’였다.
개모차 가격은 10만~30만 원 선이지만 150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모델도 있다. 개모차는 커피숍, 음식점 등 애견동반으로 갈 수 있는 곳에 입장할 때 더없이 유용하기도 하다. 국가 소멸 우려가 나오는 출생률 꼴찌 국가에서 벌어진 이례적 현상이다.
반려견 애호가가 늘면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용품 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 반려견 샴푸, 향수, 선글라스, 우산, 영양제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여행 상품까지 출시됐다. 올해는 동해안 경북 울진군 기성면 구산해수욕장에서는 애견동반 해수욕장까지 문을 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애견 샤워장(온수, 드라이기)을 비롯해 애견 산책로, 애견 놀이터(평균대, 점프대 등) 및 배변통 등을 갖춰 애견과 함께 해수욕과 힐링을 동시에 겸할 수 있는 시설이다. 또 오토캠핑 시설, 카라반 주차공간 등도 마련돼 있어 편리한 캠핑 여행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경기도 고양시 동물 화장장에 관한 주민 갈등도 심각하다. 그밖에 광주, 전주, 금산, 고령, 파주 등 전국적으로 23개 지자체 등에서 동물 화장장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민과의 마찰을 피하려고 시립 가족묘지 등에 동물 화장장 병합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반려견 풍속도를 보면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 지 오래’라는 느낌을 흔히 볼 수 있는 진풍경 속에서 함께 살고 있다. 시어머니 병수발은 못해도, 개 뒷수발은 한다는 며느리들이 늘고 있다는 우리 사회가 본질적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을 사람대접 안 하고, 개를 개 대접 안 한다는 것이다. 정작 보살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귀찮아하면서, 살아있는 인형 키우듯 개에게 온갖 사치를 다 부리는 이 현상을 우리는 과연 ‘애견을 사랑해서’라는 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가?
이선민 기자 cmn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