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
‘벼랑 끝 전술’에 골몰하는 북한은 지금 자신들의 행동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권력자 김여정의 기세가 등등하다. 경고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6일 개성 공단의 4층짜리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15층짜리 지원센터가 폭파로 풍지막살 났다.
우리 세금 710억원을 들여 지은 건물이다. 폐쇄된 개성공단에는 9000억원어치의 우리 기업 자산이 잠겨 있다. 김여정은 최근 입에 담지 못하는 독설이 의외였다. 계속 건강 위독설(?)이 나오는 4살 터울 오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담배 재떨이를 들고 있던 단아한 미모에 수줍은 미소의 '착한 여동생'의 이미지와는 딴판으로 돌아섰다.
32살 그는 '말폭탄'의 효과가 즉각적이고 확실히 해졌다. 북한의 특이한 일은 이번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심야가 아닌 오후 2시 50분에 이뤄졌다. 이것은 폭파 장면의 연출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김여정이 예고한 대로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연출하기 위해 한낮으로 잡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대외 담화나 도발은 주로 심야에 이뤄졌다.
미국 워싱턴 현지 시각을 고려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등 최근 일련의 북한 발표도 늦은 밤이나 새벽에 나왔다. 백악관의 업무 시간에 맞춘 것은 결국 미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겠다는 의도다.
2018년 남북미 화해 모드 때도 중요한 대남 전통문을 보내는 시간은 모두 밤늦은 시간대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예외 없이 새벽에 이뤄졌다. 정치적 의도가 있으면 이른 새벽에, 군사적 목적이 클 때는 늦은 새벽을 택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 평양을 방문한 남한 대표단에게 “새벽 미사일 발사로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 회의를 여느라 고생하셨는데 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할 정도였다.
북한은 미 전역에 뉴스가 퍼져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속셈이 담겨 있다. 아버지 김정일 처럼 ‘올빼미형’으로 낮에 현지 지도를 하고 밤에 서면 보고와 결재를 한다고 한다. 때문에 새벽 도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북한의 대남 도발에 우리는 비굴할 정도의 저자세로 일관해 와 국민의 자존심을 깔아뭉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는 대북 특사를 몰래 파견하려다 북한의 폭로로 망신을 당했다. 일부 여당 의원의 행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시설이 파괴됐는데도 규탄은커녕 ‘우리도 잘못했다’는 등 자성론을 앞세우기도 했다.
북한 도발보다 더 걱정되는 것이 여권 정치인들이 북한을 옹호하는 행태다. 국회의원으로 할 말인가? 정부와 군은 북한의 도를 넘는 도발에 말로만 '강경 대응'할 게 아니라 초토화 시킨다는 각오로 응징해야 한다.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군 배치 및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복원할 방침을 선언했다. 김여정도 “세상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장을 보자”고 했다.우리도 북한과 대화의 여지는 충분히 남겨 놓되, 무엇보다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정보 공유 등 더 밀접한 소통에도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퇴와 함께 외교안보 라인 전체를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데는 이론이 없다.
북한은 이러는 이유를 20일 대놓고 얘기를 했다. 탈북자들이 전단 속 김정은 위원장한테 했던 일들을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가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행동으로 상당히 감정적인 대꾸를 한 걸로 풀이된다. 안정식 북한 전문기자가 전단 사진 뒤에 북한 생각 읽어봤다. 북한은 대남전단 살포를 대규모로 준비 중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여지껏 해놓은 짓이 있으니 응당 되돌려받아야 하며 한번 당해봐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탈북자단체가 대북 전단을 통해 북한 최고 존엄 김정은 위원장을 비난했으니 북한도 문재인 대통령을 똑같이 비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단에 문 대통령 비난 내용을 담는 것을 넘어 문 대통령 사진에 담뱃재까지 뿌리고 이를 노동신문에 공개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 17일 강력한 대북비판과 함께 예의를 지키라고 촉구했는데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부는 북한의 전단살포 계획은 유감이며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노골적인 문 대통령 비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대남전단 살포와 개성공단 군부대 전개 등의 조치를 당중앙군사위의 비준을 받겠다고 한 만큼 조만간 당중앙군사위가 개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중앙군사위원장은 김정은인 만큼 중앙군사위가 개최되면 남북 긴장국면에서 한 발 빠져있는 김정은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이선민 기자 cmn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