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행 교수(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특수법무학과)
▲ 이영행 교수 |
피해 사례는 2022년 12월을 기점으로 주요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 23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서 2,700채 빌라왕이 나타났다. 파악된 피해자는 327세대이며 피해액은 260억 원이 넘는다.
2022년 12월 24일 기준 수도권에만 1,000채쯤 가진 빌라왕은 4명이며 300채 이상은 16명으로 확인됐다.
2022년 12월 26일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악성 임대인 30명이 세입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전세보증금은 11월까지 7,25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노숙인 명의를 빌려 208채를 가진 광주 사건도 수사 중이다.
2022년 12월 30일 서울경제 단독보도로 김대성과 권 씨와 연결된 회사도 있음이 드러났다. 수도권 빌라 건축회사인 H사의 A 이사는 인천광역시와 부천시 지역의 깡통 주택 전문 부동산의 B 본부장을 만나 H사의 자회사인 HJ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HJ부동산 컨설팅 회사는 서울특별시 강서구, 인천광역시, 경기도 부천시와 광주시에 영업지점을 개설했고, 여기서 김대성과 권 모 등의 명의를 이용해 빌라와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그렇게 H사의 빌라와 오피스텔은 7,000여 가구가 되었다. 김대성과 권 모는 명의대여와 별개로, 각각 D하우징과 P주택을 앞세워 독립적으로 전세사기를 벌였다.
2023년 1월 5일, 조직적 범죄 의혹이 보도되었다. 해당 문단 참고.
2023년 1월 10일, 서울 빌라왕 정** 씨의 배후에 컨설팅 업체가 있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검찰이 컨설팅 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입건하여 수사 중이며 신병이 확보된 관계자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2023년 3월 2일, 인천 전세사기 사건의 '건축왕'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남성은 숨지기 전 유서에 최근 직장을 잃은 데다, 전세금 7000만 원까지 대출 연장 거부되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2023년 3월 16일 인천미추홀구에 104 가구 중간 입주한 주거형 건물에서 단 한 가구를 제외하고 모조리 경매로 넘어간 사례가 나왔다. 건축주는 남** 씨로 알려져 있으며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등을 이용해 약 2천7백여 채를 신축했다. 여기에서 사용된 명의 중 일부는 공인중개사라고 한다. 아예 공인중개사를 고용해서 성과급 등을 지급했고 시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후 하나둘씩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에 이르렀으나 이를 숨기고 새로운 계약을 반복한 것이다. 불안해하는 임차인에게는 공인중개사가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해 안심시켰으나 전체 690여 채가 경매로 몽땅 넘어가버렸고 그 와중에 104 가구가 입주해 있던 주거형 건물이 단 한 가구만 제외하고 넘어간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2023년 최대 규모의 전세사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빌라왕들이 집중적으로 주택을 구매한 시기는 2021년으로 시작은 그전부터였지만 가장 크고 많은 거래가 이뤄진 시기가 2021년이다. 그리고 2022년은 그 절반으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는 빌라왕에 대한 집중취재와 관심들이 시작되는 상황과 맞물린다. 그리고 2021년 HUG 주택도시 보증공사 보험 대위변제액이 약 5,200억, 2022년 약 9,400억 가량으로 2년간 약 1조 5천억 원 가까이 터졌는데 2021년 계약을 한 임차인들은 2023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 2년 전 실거래가액 약 2억 7,000여만 원에 전세사기거래 약 8,000여 채를 추산해서 계산하면 최대 1조 8천억 원의 사기피해가 2023년에만 발생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여기에서 대위변제로 보험을 받지 못하는 가구들은 통계에서도 잡히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피해는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
2023년 2월,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30대 남성이 처음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4월 14일 또다시 20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사흘 만인 4월 17일 30대 여성 A 씨가 숨지면서 전세사기 피해자 관련 사망자는 총 3명으로 늘어났다.
빌라왕, 건축왕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발생하면서 그 책임이 있는 빌라 소유주와 건축주를 빗댄 말이다. 전세 사기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면서 이를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계약 만기가 돌아왔는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전세금 반환 전에 이사를 가면 불이익이 클 수 있고, 그렇다고 계속 거주하는 것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때는 특히 그렇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개인보증 상품에 가입돼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피해가 불가피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은 주로 부동산 하락기에 발생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전세와 부분월세로 나누어 계약한 경우에는 비교적 피해가 적을 수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전세금 비중을 낮추는 것도 위험을 피하는 길이다. 앞으로 인구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지역에서는 보증금 반환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구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기획된 전세 사기의 경우에는 피해 규모가 클 수 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임차인이 집주인 동의 없이 집주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안전장치가 만능은 아니다. 더구나 임대인의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공개되는 문제도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가 아닌 일반 임대자인 경우가 특히 그렇다.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래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 제도를 고려한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임대 계약의 불확실성 문제는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좋은 해법은 시장 기능과 기업의 역할을 제고하는 데 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후진국 규제 방식에 따른 낙후된 환경에 처해있어, 거래와 계약을 신뢰하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민간 임대시장이 위축되고 거래가 전근대적 형태로 이루어지도록 강제하고 있다. 선진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소유와 투자를 죄악시하다 보니 잘못된 규제들이 남발됐다. 다주택자 규제와 임대사업에 대한 규제 그리고 세금중과는 임대시장의 낙후성을 높였다. 거래와 계약이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제약되다 보니 시장 기능이 약화되어 있고 기업의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 결국 계약자들은 쉽게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후진국형 사고 또한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기 사건이 쉽게 일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만약 선진국처럼 시장 기능이 작동하고 기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시장이 고도화되어 관련 지식이 쌓이고 거래와 계약의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자본의 축적에 따라 비용도 낮아지고 품질도 높아진다.
임대 계약의 불확실성은 제도의 실패이고 규제의 실패다. 민간의 임대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선진화하고 규제를 풀어야 임대시장 선진화를 위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오랜 기간 정부는 민간임대를 억제하고 정부의 공공임대 사업을 늘려왔다. 하지만 정부 임대를 장려하면서 민간임대를 죄악시 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정부 임대가 잘못된 사회주의 방식이며, 민간임대가 민주사회에 어울리는 정상적인 방식이다.
민간 임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해야 한다. 개인이나 법인이 3채 이상을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서 임대사업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대규모 임대사업자가 투명하고 법이 정한 안전장치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장의 질서와 제도를 선진화하고 세입자를 보호하는 길이다.
※ 본 기고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충남지부장 박훈석(단국대학교 부동산경매법 학 석사과정 재학)의 사실적 인용을 통하여 작성했다.
이선민 기자 cmn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