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
정권이 바뀌면 새 정부가 출범 할 때마다 경제계는 한 목소리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주문하고 기대를 거는게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당선 후 결과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노조편향 정책으로 ‘귀족노조’와 ‘노조공화국’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팔다리에 온갖 족쇄와 모래주머니 달기에 바빴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몰락했고,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부담은 가중시키기도 했다.
‘공정경제 3법’으로 포장된 ‘기업규제 3법’,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이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마저 기어코 통과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는 노동 운동의 새 물결이자 노동시장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터졌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사무직과 연구개발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동조합 연합단체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최근 각 기업에서 출범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시작은 참여 노조는 아직 턱없이 적지만 공정한 평가와 상생, 투명한 노조 등 추구하는 목표와 활동 방향 등에서 양대 노총과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 MZ연합노조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 선동·불법 쟁의 등 구시대적 폐습과 결별하고 조합원 권익 신장 등 노조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노동 개혁의 출발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라며 "지난 5년간 국민 혈세로 투입된 1500억 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국고 지원금에 대한 회계장부 제출을 압박하자 양대노총이 비판하고 나섯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쓰고, 노조 회비에 대해 일정한 세액공제까지 받으면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정부측의 주장이다.
정부가 승인한 단체라고 하더라도 노조는 순수한 민간 단체다. 때문에 노조 회계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따라야 한다. 노동 운동의 새 물결이자 노동시장의 변화를 알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정치성과 폭력성을 배제하고 직원의 권익만을 위한 노조를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의 다짐이여 기대해 볼 일이다.
노동운동과 걸맞지 않게 불법 파업을 밥 먹듯 벌였던 기성 노동 세력들과 차별화하기만 해도 국민들은 신선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양대 노총은 한국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으로 거대 노조를 지원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차라리 그 예산을 힘센 노조에 가입하지도 못한 소규모 업체의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에 쓰는 편이 낫았을 것이다. 정부는 양대 노총에 최근 5년간 1천500억원 이상의 혈세를 지원해 줬는데도 많은 노조가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렇치는 않겠지만 “회계 감사의 거부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란 빈축이 그래서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건설현장에서 기득권 강성 노조가 금품 요구,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불법을 알면서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말로만 끝내선 안 될 일이다. 국가의 엄정한 공권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단호한 기조로 대응해야만 노동개혁도 이뤄진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소불위 노조를 정면 부정하는 신생 노조를 누가 상상했겠나?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바뀌는데, 강성 노조와 야당은 오늘도 딴 세상에 산다. 거대 야당은 이들에게 노조의 파업 가능 범위를 넓혀 주는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는 등 억지를 부리고 있다.
민주당이 일방적 힘자랑을 할 때인지 따져 봐야 한다. 노동개혁에 대한 기업 등에서 여론 지지가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기득권 강성 노조와 단호하게 선을 긋는 MZ세대 중심의 노조(새로고침협의회)에 기대를 걸게 한다.
정부의 상생임금위원회에 무조건 어깃장을 놓고 있는 기성 노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약한 구태의 껍질을 깰수 있는 노조의 새 바람이 일어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오기를 윤 정권에 기대를 건다.
이선민 기자 cmn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