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 |
트루먼(Harry Shippe Truman)은 미국의 정치가이자 제33대 대통령이다. 트루먼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많은 인연이 있다. 1945년 일본에 원자 폭탄 투여를 결정한 것도, 한국 전쟁에 미군의 파병을 결정한 것도 모두 그였다.
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의미의 이 말은 트루먼 대통령이 그의 집무실에 늘 적어놓았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말을 좋아해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팻말을 집무실 책상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무책임함을 비판하곤 했다. 그래서 더 이 말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10월 29일, 세계 경제 10대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수도에서 외국인 26명을 포함하여 무려 157명의 젊은 꽃송이가 진 대참사가 벌어졌다. 사고 경위나 과정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많은 젊은이가 죽은 것은 애통하고 슬픈 일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바로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주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이름으로 선출되어 권력을 행사하고 국가의 세금으로 녹을 받고 사는 모든 정치인과 공무원은 이러한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수많은 젊은 목숨이 사라진 이태원 대참사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행안부 장관은 국가의 안전과 재난에 관한 모든 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경찰청과 소방청이 모두 행안부 소속이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구청장이 있는 용산구청도 행안부가 감독하는 지자체다.
그러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사건 직후부터 책임을 회피하며 슬픔에 잠긴 국민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그리고는 112 신고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가 현 권력의 최측근이고 핵심이라 하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더욱이 그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그건 국민에 대한 도리도, 고위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젊은이의 죽음 앞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어찌 ’폼 나게‘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는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중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외신기자 앞에서 농담한 국무총리, 등산 가서 술 마시고 문자 못 본 경찰청장, 사고 현장에서 뒷짐 지고 산책한 경찰서장, 축제 다녀와 거짓말로 일관하는 구청장 모두 그저 일신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있을 뿐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국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질의가 진행되던 중에 대통령실 두 수석이 노트에 쓴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가 언론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두 수석은 사적인 사안으로 이야기를 하던 중이라 해명하고 사과했으나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석들의 행태로 이해하기엔 메모가 주는 충격이 너무 크다.
트루먼 대통령의 ‘The buck stops here’를 좋아해서 집무실에 이 팻말을 놓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책임을 지고 있을까. 물론 윤 대통령의 입장으로 보면 억울할 수 있다. 누가 그런 참사를 예상할 수 있었겠으며 그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들을 매번 어떻게 감독하고 지시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대통령은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임과 동시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경찰이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본’ 것도 잘못이지만 결국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국가는 다른 부분은 몰라도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 아닌가.
감히 대통령님께 취임식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어보시기를 당부하고 싶다. 거기에는 분명히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겠다’로 쓰여 있다.
그리고 바쁘신 줄 아오나 집무실에 놓였다는 ‘The buck stops here’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를 어리석은 민초(民草)가 바닥에 엎드려 간곡히 당부드린다.
이선민 기자 cmn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