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교육의 리스타트를 외치며, 새로운 길을 준비
Q. 우선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서 성장하였고, 지난 1999년 천안으로 이사와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천안부성중에서는 교사, 교장으로, 천안오성고에서는 교장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8월 말로 뜻한 바 있어 34년 6개월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을 하여 지금은 대한민국 교육 리스타트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지나온 교직생활에서 가르친 수많은 제자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안에 살고 있는 제자로 현재 충남장애인복지정보화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익환 회장입니다. 공주 우성중학교에서 2년간 담임을 했습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지닌 학생이었습니다.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한 몸으로 자전거를 배워 신문배달을 하면서 어려운 가정의 살림살이를 도왔고, 컴퓨터 다루는 법을 배워서 한때 컴퓨터 학원을 운영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고, 지금은 장애인들에게 정보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장애인 복지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장애를 부끄러워하거나 피하려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
와 그 실천력에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멋진 제자입니다.
Q. 교직에 종사하면서 명심했던 좌우명과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교직에 종사하는 내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중학교 근무시절에 지각이 잦고 잘 씻지도 않아 몸에서 냄새가 나는 학생이 있었는데, 가정방문을 해 보니 칠공주의 맏딸로 농사일에 바쁜 부모님들을 대신하여 여섯 동생들을 보살피고, 아침에도 동생들 챙겨서 학교 보내느라 자신은 지각을 자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그 동안 그
학생에게 눈총을 보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교육은 학생의 배우려는 마음과, 교사의 가르치려는 마음이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의 뚜렷한 목표와, 그를 향한 의지 그리고 교사의 뜨거운 교육애와 열정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먼저, 꿈을 키우는 학생을 응원해왔습니다. 목표 의식이 뚜렷하여 스스로 학습하는 학생들이 문제해결력을 지니고, 남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열정을 가지고 실천하는 교사이기를 희망했습니다.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넘치는 교육애를 실천할 때 존경받는 교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세 번째로 학부모는 자녀와 사랑으로 대화하고, 학교를 믿고 협력하여 함께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부탁해왔습니다.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적인 교육이 될 수 없기에 때문에,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Q. 34년간의 교직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일과 보람있었던 일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어려웠던 일이라기보다는 가장 충격적인 일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이 왔을 때의 일입니다. 20년 된 학교건물의 5층 옥상에 있는 물탱크 보관용 옥탑건물의 지붕이 태풍에 날라가 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학생들이 등교해 있던 상황에 출입구 바로 앞에 떨어져 교직원 승용차 3대를 덮쳐버린 것입니다. 학생이 지난 가던 상황이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과 함께, 이 정도 바람에 지붕이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학교건축이 부실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천재지변임에도 부서진 차량의 수리비를 보험회사의 청구대로 학교와 보험회사가 절반씩 책임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더욱 아연실색해야 했습니다.
2011년 9월 천안부성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떤 학교를 좋아할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임한 학교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학교였습니다. 1지망 학생들이 미달이어서, 다음 순위 지망자들로 어렵게 채워지게 되어, 신입생 소집 일에 예비 중학생들이 눈물 바람을 하는 일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는 학교였습니다. 그랬던 학교를 4년간 학교를 학생 중심으로 경영하면서, 1지망으로 학생이 차고 넘쳐서 예전과는 반대로 배정해 주기를 울면서 사정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2017년 9월에는 1순위 지원자로는 미달이 반복하고 있는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우선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직원들조차도 본인이 원해서 부임한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학교가 도시의 변두리에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학교의 위치가 변두리인 것을 학교장이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이
싫어하는 요소를 바꿀 수 없다면 뭔가 다른 해결책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학생회 중심의 학생자치 활동을 활성화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건강한 군것질감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학교매점을 운영하도록 지원하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천안오성고등학교도 지원 학생이 넘쳐 해마다 100여 명씩 다른 학교로 밀려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원자가 몰리는 학교로 변화시킨 것이 보람이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한국교총 수석부회장과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 등을 역임하셨습니다. 이들 단체의 소개와 활동이 궁금합니다.
한국교총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말합니다. 현재 가장 많은 교원이 가입된 한국 제일의 교직단체입니다. 교원들의 권익 보호와 교권 침해 예방 그리고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저는 2018년 충남교총 수석부회장을 역임하다가 2019년 6월 회장단 선거에 입후보하여 제37대 회장단으로 당선되면서, 2019년 6월부터 2021년 4월 말까지 수석부회장직을 수행해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교권보호와 수업권 보호는 물론 학생들을 보다 잘 가르치고 지원하기 위한 교수학습방법 및 학교경영의 노하우들을 공유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단체입니다.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의는 전국의 1,600여 개 국·공립고등학교의 교장들을 회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회의의 충남지부라 할 수 있는 충남고등학교장회의 회장을 2017년 9월부터 맡아왔습니다.
2018년부터는 전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의 수석부회장직을 함께 해오다가, 2021년 2월 대의원 회의에서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 제24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3월 1일부터 1년간의 임기를 시작하였다가, 지난 8월 말 명예퇴직으로 학교를 떠나면서 회장직을 내려 놓았습니다만, 재임기간 중 전국 고등학교장들을 대상으로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찬회를 개최하였는가 하면 설문조사를 통해 수학과목의 수능절대평가를 촉구하는 정책제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Q. 대한민국 교육의 리스타트를 외쳤습니다. 오로지 교육 한 길만을 걸어온 교육자로서 교육현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교육의 기본을 살펴야 합니다. 우리의 교육이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 잠시 숨을 고르면서 좌우를 살피고 목표를 향하여 우리는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파악해 보아야 합니다.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인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문제점들의 원인을 우리 사회의 잘못된 학력관이나 출세관에 있다만 몰아붙이거나, 잘못된 대학입시정책에 있다고만 매도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것들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다고 해서 지금의 교육관계자들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어른들 모두 바른 교육관
을 가지고 근본부터 다시 살펴봅시다. 기본으로 돌아 갑시다.
Q. 이러한 교육현장의 문제점들에 대해 갖고 있는 해결책은 무엇인지요?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바로 잡아야 합니다. 표를 의식하고 또는 당초 잘못된 생각으로 공약을 해놓고 그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집착으로 점점 더 학생들을 수렁으로 밀어 넣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인정을 안하니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안하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인성이 많이 흐트러진 사실을 인정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 가정, 학교, 사회가 연합하여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다 잘되고 있다고 잘못된 주장만 일삼는다면 해결책은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됩니다.
기초기본학력이 낮아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진단평가를 실시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으로 보충지도를 해야할 것입니다. 인성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의 인성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 해결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합니다.
Q.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동안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 교직단체 임원, 전국교장회의 회장 등 교육계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학생사랑이라는 교육애로 최선을 다 해왔습니다. 퇴임을 했다고 해서 교육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교육과 관련된 여기저기 단체에 작은 역할을 맡았습니다. 먼저, ‘세계로 가는 영종도 교육혁신포럼’의 상임고문으로 있으면서 각계각층의 교육과 관련된 의견을 수렴해 갈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도 도출되고 해결책도 찾아질 것으로 믿습니다.
나눔다우리장학회’의 상임고문도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한켠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청소년들에게 작은 희망의 빛이 되기 위해 구성원들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한글세계화운동연합’의 대외협력충남본부장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우리의 자랑 한글을 세계 제일의 말과 글의 반열에 올리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분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이 땅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내서 개선하는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 리스타트에 앞장서겠습니다.
오랜 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M+
이선민 기자 cmn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