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
모든 일의 옳고 그름이 명명백백 가려져야 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남편이 일찍 죽고, 자식도 없는 외로운 할머니의 얘기를 소개한다. 이 할머니는 돈이 필요했다. 할머니는 돈 벌 궁리 끝에 우유 장사를 하기로 했다.
할머니는 목장에 가서 우유를 한 통씩 받아다가 이 집 저 집 이고 다니면서 팔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하여, 목장에서 가져온 우유에다 물을 조금씩 타서 양을 늘렸다.
수입은 생각보다 짭짤했다. 어느 날 그 우유를 마시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할머니한테 물었다. "할머니 우유가 좀 묽은 것 같아요, 왜 그렇지요?” 할머니는 “이 우유는 보통 것과 달라요. 이 우유는 그냥 암소 것이 아니라, 영양이 풍부한 흰 젖소 우유이기 때문이에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할머니의 우유는 점점 더 잘 팔렸다. 인도에서는 흰 소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사람들 눈을 속여 몇 해 동안에 많은 돈을 벌었다. 옛날에는 돈을 은행에 저금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금은보석으로 된 반지나 목걸이·귀걸이 등을 사서 몸에 지니고 살았다.
이 할머니는 날마다 보석 패물을 몸에 지니고 사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이제 친구에게 자랑 좀 해야지' 이렇게 생각한 할머니는 있는 패물을 온몸에 지니고 친구네 집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다.
시냇물을 뛰어넘는 순간, 그만 귀걸이가 물속에 '퐁당!'하고 떨어져 버렸다. 그 귀걸이는 패물 중 가장 값진 물건이었다. 할머니는 미친 듯이 물에 들어가 이리저리 헤매면서 찾아보았지만 떨어뜨린 귀걸이를 찾을 수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그만 시냇물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이 때, 늙고 점잖은 스님 한 분이 걸어왔다. 스님은 할머니를 타이르듯이 조용히 말했다. "할머니의 귀걸이는 물론, 다른 패물까지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할머니가 우유에 물을 타 팔아서 돈을 많이 번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때야 할머니는 스님 앞에서 무릎을 꿇어 앉아 용서를 빌었다. 그 뒤부터 할머니는 완전히 달라졌다. 마을 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우는 아기를 업어주고, 남의 집 대문 앞을 쓸어주고, 아픈 사람의 간호를 해 주기도 했다.
할머니는 스님의 가르침대로 욕심을 버리고 마을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설이 인도에서는 전해 오고 있다. 인도 할머니를 빗댄 고사성어로 사필귀정이란 글귀가 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때 사람들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같은 뜻으로 인과응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원불교의 서적인 '정산종사 법어 '법훈편 26장에서 나온 말로 올바르지 못한 것이 임시로 기승을 부리는 것 같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마침내 올바른 것이 이기게 되어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좋은 일을 하면 반드시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 식의 올바른 법칙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일 사(事), 반드시 필(必), 돌아갈 귀(歸), 바를 정(正)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가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사(事)는 이 세상의 모든 일을 뜻하고, 정(正)은 이 세상의 올바른 법칙을 말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그 죄가 덮어지지 않고 다시 돌아오니 반드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하늘의 방아는 늦게 찧어지지만 결국은 찧어지게 되어있다는 말도 사필귀정과 부합한다.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자업자득', 자신이 쌓은 업으로 자신을 묶는다는 '자업자박',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받는다는 '자업자수', 자신이 꼰 새끼줄로 자신을 묶는다는 '자승자박'과 의미가 비슷하다.
과거 또는 전생의 선악의 인연에 따라 뒷날 길흉화복의 갚음을 받게 된다는 우리 속담인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과 같다. 최근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이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갈수록 고구마 줄기 뽑히듯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연루된 인사들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특히 법조인들이 많이 엮여있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러다간 이번 사태가 노태우 정권 때의 '수서 비리'에 버금가는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모든 일은 결국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가게 돼 있다. 사필귀정의 순리다. 착한 일을 하면 좋은 결과를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결과를 받기 마련이다. 세상살이 불의와 잔꾀는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지막에는 시비가 가려지는 법이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철창신세를 지게 될 것 같다. 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법대로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이는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여론이 사필귀정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 세우고, 사필귀정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박복연 기자 thanku21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