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무엇이 세상을 변화시킬까. 전쟁, 질병, 과학 기술의 발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꼭 이런 것만이 세상을 급격하게 변화시킬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생각하지도 않게 일어난 사건 또는 사고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축구 전쟁(蹴球戰爭)이 대표적이다. 축구 전쟁은 1969년 7월에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사이에 벌어진 5일간의 전쟁이다. 월드컵 지역 예선 경기를 치르는 동안에 양국의 국민감정이 격해지면서 폭력 사태가 벌어진다.
이를 계기로 하여 양국의 정치적 갈등이 폭발하여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고 말았고 중남미 5개국에 경제공동체가 와해되었다. 축구 경기장의 폭력 사태가 나비 효과처럼 전쟁으로 이어지고 중남미 전체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대한민국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된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 사고로 시신 미수습자 5명을 포함한 304명이 사망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을 시발로 촛불 혁명이 진행되었고 2017년 3월 10일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정 운영 난맥상과 측근 농단이 드러났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며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이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는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의 의혹’이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7년이 지났다. 그런데 다시 이 세월호의 기억이 소환되고 있다. 바로 여권 대통령 후보 중 1강을 달리는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17일 오후 6시쯤 마산에서 이 지사는 맛 칼럼니스트와 채널인 '황교익 TV'에 출연해 함께 떡볶이 먹방을 찍었다.
그런데 같은 시각 경기도 이천에서는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압이 한창이었다. 게다가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김동식 구조대장이 정오쯤 동료들과 물류센터에 진입했다가 실종되었다. 그리고 김씨는 48시간여 만인 19일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사는 당시 화재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떡볶이 먹방 촬영을 마치고 이튿날 새벽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20시간, 소방관 고립 13시간 만이다.
이 지사가 사과는 미루고 해명만 하다가 결국 사과했다.
경기도는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며 해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의 관할 구역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소방관이 실종되었는데 타지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웃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이 지사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고발했던 적이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었다면 직장 무단이탈’이라며 말이다. 그렇다면 쿠팡 화재 당시 경기도가 아닌 경남에서 먹방을 찍은 것은 ‘직장 무단이탈’이 아닌가.
세월호 사고를 7시간 동안 모르고 대응하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둔하거나 변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20시간 동안 알고도 대응하지 않은 이 지사의 잘못은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모르고 지난 7시간과 알고도 흘려보낸 20시간의 차이는 무엇일까에 대하여 고민하게 한다.
이 지사는 2019년 세월호 5주기 때 페이스북에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앞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썼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 그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
누구나 신이 아닌 이상 실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실수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문제다. 국민은 이번 사태에 대하여 민주당 내 경선이나 내년 3월 9일에 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한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보아왔다. 이 사건이 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큰 태풍으로 변해 세상을 변화하게 하는 출발점이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아!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가족이 모인 현장에서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경질되었지.
그럼 컵라면과 떡볶이는 차이는 무엇이지?
앞으로는 컵라면 먹지 말고 떡볶이나 열심히 먹어야겠다.
박복연 기자 thanku21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