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
놓을 방(放), 백성 민(民), 갈 지(之), 입 구(口), 심할 심(甚), 어조사 어(於), 둑 방(防), 물 수(水)자를 쓰는 '방민지구심어방수(放民之口甚於防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이 넘치는 것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는 뜻이다. 민심이 그만큼 중요하니 재갈 물릴 생각을 하지 말고 동향을 잘 살펴 좋은 정책을 펴라는 이야기다.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있지만 자유를 찾는 국민들의 속마음까지는 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사기 주본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주나라 여왕 시절 매관매직이 성행하는 등 나라가 혼탁해졌을 때다. 여론이 악화되자 폭군 여왕은 언론을 막아버렸다. 그러자 충직한 신하 소공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막혔던 물이 한꺼번에 터지면 피해가 엄청난 것처럼 백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성들의 입을 막으면 안 됩니다. 물을 다스리는 자는 물길을 터주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말을 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라고 말했으나 여왕은 소공의 간언을 듣지 않았다. 결국 성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여왕은 다른 나라로 도망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여왕이 달아나자 주나라는 소공과 주공 두 재상이 정치를 대행하게 되었다. 이를 공화라고 한다.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따 먹지 않았다면 세상에 선악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이 내일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막막하게 보여도 사과나무는 계속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심은 여론과 직통한다. 여론은 분위기라는 요소가 없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은 다수의 민심을 반영한 여론이 대세를 이끈다는 점은 맞다. 민심의 흐름은 정책에 대한 반응이 여론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대로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했고,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말도 나온 것이다.
그럼 민심은 무엇인가? 민심을 어떻게 아는가? 백성들의 입을 통해 민심을 알 수 있다. 백성들의 입이 곧 민심이기 때문이다. 백성들의 입을 잘 쳐다보면 백성들의 마음도 알 수 있고, 그 마음을 잘 헤아려 정책에 반영하면 성공하는 정치다. 그래서 민심을 얻는 리더가 성공하기 마련이다.
반면 민심을 거스르는 리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민심, 즉 백성의 입을 막으려는 리더는 실패는 물론 나쁜 리더로 평가된다. 역사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민심과 여론의 본질은 달라진 바 없지만 그 다양함과 질량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진정한 소통은 듣기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을 막아놓은 채 내가 하고자 하는 말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결코 소통이 아니다. 진정성을 갖고 국민과 소통하려면 비판에 대해서도 귀를 열어야 할 줄 알아야 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비판에 대해 귀를 막는 것은 자기 교정의 기회를 놓칠뿐 아니라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첩경이 된다. 국민들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특정 이념 집단으로 낙인찍고 편 가르기식의 극대화 행태에 이제 신물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정(正)과 반(反)으로부터 상생의 합(合)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정권에 대한 욕심으로만 가득하면 그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며,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박복연 기자 thanku21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