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
잘 났든, 못 났든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치적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면 대통령 임기 5년을 채우는 게 모두의 희망일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헌정 사상 초유의 ‘파면’이란 불명예로 탄핵을 받고 감옥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장기간 복역하게 된 것은 개인적 불행을 넘어 헌정사의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사법절차는 이제 끝이 났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잘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을 것이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35억 원의 추징금도 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 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앞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기에 모두 22년으로 형량이 불어났다.
사면이나 가석방이 되지 않으면 만 87세가 되는 2039년 3월에 만기 출소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살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형무소에 산 것만도 1천 390일(2017년 3월 31일 구속 기소)째다. 역대 가장 오랫동안 감옥에 있는 전직 대통령이 됐다.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감방 생활의 신기록을 깨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30일째 수감 중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각각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았으나 사면으로 전 전 대통령은 751일 만에, 노 전 대통령은 767일 만에 감옥에서 사면으로 풀어났다. 국정 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은 네 번째 사법 처리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됐다. 매우 불행한 사건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어 옥살이를 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때문에 국민 통합 차원에서 사면은 필요하다. DJ의 위대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이 때문이다. 이제 박 전 대통령도 형이 확정된 만큼 정치적 사면을 고려할 때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 보다 형을 더 많아 살았기 때문에 다른 대통령과 비교는 할 수는 없으나 상응한 대가를 치렀다고 보는 시각도 많아 절체절명의 시기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대답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면권 행사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결단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기에 문 대통령의 큰 정치가 기대된다. 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결단만이 중요한 메시지다. 대통령이 통치권적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다. 정당한 선거 절차를 거쳐 취임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 통합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문 대통령은 사면할 마음만 있다면 시기를 저울질한다는 인상을 주지 말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사면해야 한다.
대통령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 기간만큼 혼란과 국론 분열은 가중될지도 모른다. 사면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지? 불을 보듯 뻔한 혼란을 지켜만 볼 것인지? 나서서 수습할 것인지? 이 모든 것은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 문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내리기를 바란다.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 4월 보선이나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선거 전략에 따라서도 안 된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선별 사면’도 또 다른 국민을 갈라치 기식의 정략적 발상이여 삼가야 된다. 사면론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 벽두에 불을 지폈기에 사면을 거론하면서 ‘반성’을 굳이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국민 누구도 두 대통령이 형의 만기까지 복역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 극복 여부에 나라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시기와 겹쳤다.
국민을 결집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기에 통합 차원에서 사면 문제를 대통령이 매듭짓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박복연 기자 thanku21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