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열 천안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김성열 천안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아버지의 이미지라는 것이 요사이 와서 형편없이 땅에 떨어졌다.
아버지의 이미지에서 우리는 공의와 선과 질서를 배운다. 그리고 어머니 이미지에서 사랑을 배우고 은혜를 배우고 자비를 배운다.
우리들은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배운 대로 한 평생 그 배운 대로 살아가게 된다. 여기서 인성(人性) 운명(運命)이 결정된다.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시간과 함께 변한다고 한다.
네 살 때에는 아버지는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힘도 참 되게 세다고 생각한다.
열두 살이 되면 아버지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느낀다.
열네 살이 되면 ‘아버지는 생각하는 것이 모두 구식이다. 마음에 안 든다.’한다.
스물한 살이 되면 ‘아버지는 영 골동품이다’하고, 스물다섯 살이 되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제법 아는 것도 있는 것 같다’한다.
서른 살이 되면 내가 결정할 문제를 놓고 ‘아버지에게 의논하고 싶다’한다.
오십 세가 되면 ‘역시 아버지는 훌륭했다’하고, 육십이 넘으면 ‘나는 아버지만 못하다. 아버지는 정말로 훌륭하다. 모든 것을 아는 분이었다’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들이 세운 아버지 상 만큼 우리들 존재는 평가되는 것이다. 그분이 뿌리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격하시키면 우리들 자신이 격하된다.
아버지를 높은 분으로 높이는 순간에 우리 존재의 위치도 높아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느 신문에 보도된 이야기가 있다.
미화원 아버지가 어느 날 보니 그 아들이 아주 값 비싼 고급 브랜드 청바지를 입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그런 돈 준 일이 없는데...... 그는 아들보고 “너 돈이 어디서 나서 이런 옷을 입었느냐?” 추궁했다.
그런데 아들은 “전철역에서 남의 돈을 훔쳤습니다”하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 아무리 가난하고 어렵기로니 남의 돈을 훔쳐서야 되느냐, 이놈아!” 아들을 붙들고 울며불며 “그래선 안 된다, 애야”하고 파출소로 데리고 갔다. 자수를 시킨 것이다.
자술서를 쓰는데 보니 이번이 첫 범행이 아니다.
그 전에도 그런 일이 또 있었다. 아버지는 억장이 막혀버렸다. ‘그래, 내가 가난하고 어려워서 옷을 못 사준 죄다. 오죽이나 그걸 입고 싶었으면 그랬겠나마는 어째 이럴 수가 있느냐?’ 가슴을 치다가 이 아버지는 끝내 죽고 말았다.
어머니는 재판정에서 애기했다. “이놈에게 중죄를 내려주세요” 그런데 판사는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판사는 말했다.
“우리는 이처럼 훌륭한 아버지의 아들이 절대로 잘못될 수 없음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아버지가 있으면 그 자식은 잘못될 수가 없다.
자식들이 세워 놓은 아버지의 위상만큼의 우리들 존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녀들을 위한 아버지의 기도문이 있다.
자녀를 위해 기도합니다. 약할 때에 자신을 분별할 줄 아는 강한 힘과 두려울 때에 자신을 잃지 않는 용기가 있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겸허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신사적인 자녀가 되게 하시옵소서.
생각할 때에 고집하지 말게 하시고 하나님을 알고 자신을 아는 것이 지식의 기초임을 아는 자녀가 되게 하옵소서. 원하옵니다.
자녀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만 인도하지 마시고 고난과 도전에 대하여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폭풍우 속에선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긍휼히 여길 줄 알도록 가르쳐 주옵소서.
마음이 맑으며 높은 이상을 갖게 하시고 남을 다스리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리게 하옵시고, 소리 내어 웃을 줄 알되 울 줄도 알게 하옵시고, 미래를 바라보는 동시에 지난날을 잊지 않는 그런 자녀로 만들어 주옵소서.
이런 것들을 허락하시고 이에 더하여 유유머를 알게 하시고 인생을 진지하면서도 인생을 즐길 줄 알게 하옵소서 저 자신에게 너무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게 하시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시사 참된 위대성은 소박함에 있음을 알게 하시고 참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으며 참된 힘은 온유함에 있음을 명심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어느 날 자기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는 자녀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아비들의 인생이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는 자녀들이 되게 하시옵소서. 기도하는 부모들에게는 잘못 되어지는 자녀들이 없다.
아빠·아버지·아비·엄마·어머니·엄니의 가슴 절절한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시대이다.
박복연 기자 thanku21c@naver.com